특히 올해는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정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기후 대응 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도 불구하고 ‘기후 아젠다’를 적극 주도해 온 유럽연합(EU)은 강력한 탄소 저감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사실상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된다. 또한, 올 회계연도부터 기후공시가 포함된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ESRS)’ 채택도 단계적으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CBAM은 알루미늄과 철강, 전기, 수소, 시멘트, 비료 등 총 6가지 품목에 대해 EU 수출 시 해당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이 EU기준치보다 높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EU는 올해 12월까지 기업에 분기별 탄소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는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이 같은 강력한 수출 규제는 저탄소 제품 생산 준비가 된 기업에게는 기회가,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든 산업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노력과 함께 폐자원 재활용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2045년까지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세운 현대자동차는 신차 디자인 및 개발 단계부터 폐차에서 나오는 철재와 알루미늄 외에도 플라스틱, 유리 등 비금속 소재의 85% 이상이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차량 강판 소재도 기존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 줄인 제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음료 패키지를 100% 수거 및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알루미늄 캔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와 함께 AI기술을 접목한 자판기를 이용해 소비자의 알루미늄 캔 재활용을 독려하는 ‘벤사이클링(Vencycling)’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다.

노벨리스도 저탄소 알루미늄 생산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벨리스는 지난 2012년부터 경북 영주에 아시아 최대의 알루미늄 재활용 센터를 운영하며 매년 약 180억 개의 폐알루미늄 음료 캔을 재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울산광역시에 6,500만 달러를 투자해 짓고 있는 국내 두번째 알루미늄 재활용 센터가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하면 알루미늄 재활용이 폐 알루미늄 캔 중심에서 자동차 스크랩 등으로 확대되는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될 예정이다. 

노벨리스가 폐알루미늄 음료 캔 재활용에 힘을 쏟는 이유는 알루미늄 캔이 갖고 있는 무한순환 자원으로서의 경제적·환경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이라는 원료는 원광(보크사이트)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폐알루미늄을 재활용할 경우 새로운 알루미늄(신재)을 생산할 때보다 전력 사용을 95% 절감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96%까지 줄일 수 있다.

노벨리스는 지난 12년간 영주 알루미늄 재활용 센터 운영을 통해 약 2,584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왔다. 이는 나무 한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을 22㎏로 보았을 때 약 9,787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일년간 흡수한 탄소량에 맞먹는다. 이 같은 재활용의 가치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른 CBAM와 같은 국제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중요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폐자원 재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를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 등에 정책을 수출할 만큼 성과도 내고 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현행 EPR 제도가 20년 전 도입 당시 정책 목표였던 폐기물 저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을 통한 탄소 저감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폐알루미늄 캔은 같은 용도인 음료 캔으로 재활용(CAN-TO-CAN)할 경우 60일 만에 새 제품으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다. 캔투캔 원료로 사용할 경우 ‘닫힌 고리의 무한 재활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폐알루미늄 캔 수거율은 96%로 높지만 (국제알루미늄협회 조사, 2023년) 캔투캔 재활용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나머지 6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거나 탈산제 및 합금제 원료로 재활용된다. 탈산제로 쓰는 경우에는 일회 사용 이후 폐기되며, 합금원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여러 합금과 섞여 다운사이클링 돼 제품에 따라 10년 이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의 캔투캔 비중이 60%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알루미늄 캔의 자원 유출을 막고, 고부가가치로 재활용되려면 내수 재활용 촉진을 통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방안으로 EPR 제도를 개선해 재활용 방식에 따른 환경 및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인센티브 차등 지급제 등을 도입한다면 닫힌고리의 고품질 재활용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저탄소 소재 공급이 가능해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알루미늄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중요 원자재로서 EU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이른바 ‘전략 광물’ 목록에 알루미늄을 포함했다. 우리는 지난 2021년 요소수 사태를 비롯해 2023년 희토류 공급난, 2024년 리튬 공급난까지 다양한 ‘자원 안보’ 위기를 겪어 왔다. 알루미늄은 음료 패키지, 전기차, 배터리, 항공우주 분야에게 매우 중요한 핵심 소재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폐자원이 기존의 용도로 재활용되는 닫힌 고리 재활용을 통해 재활용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과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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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차단하고 목재, 석탄, 피치, 유혈암 등의 고체 유기물을 가열 분해하는 조작을 말한다. 이에 의해 탄소질(목탄, 코크스 등), 타르, 수용성 물질을 함유한 물 및 가스가 얻어진다. 석탄의 경우 600℃ 부근에서 하는 저온 건류와 1,000℃ 이상에서 하는 고온 건류의 구분이 있다.